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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인생을 살아오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내게는 집에 있는 물리적인 거울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 인생에는 나를 비춰주는 세 개의 거울이 있었다.
첫 번째 거울은 집에 있는 거울이다.
아침에 일어나 거울 앞에 서면 제일 먼저 나 자신과 마주한다. 젊었을 때는 거울을 보며 얼굴에 주름 하나 생기는 것도 아쉬워했고, 흰머리가 늘어나는 것을 보며 세월을 탓하기도 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거울을 보는 의미가 달라졌다.
거울 속 얼굴에는 내가 살아온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웃었던 흔적도 있고, 걱정했던 흔적도 있으며, 가족을 위해 애쓰며 살아온 세월도 있다. 거울은 나에게 말한다.
“지금 네 모습이 바로 네가 살아온 인생이다.”
그래서 나는 아침마다 거울을 보며 얼굴만 살피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과 삶의 자세도 함께 살펴보려고 한다. 오늘 하루는 어떤 표정으로 사람을 대할 것인지, 혹시 마음속에 욕심이나 불평이 가득하지는 않은지 자신을 돌아본다.
두 번째 거울은 내 곁에서 평생 함께 살아온 아내다.
아내는 내가 잘 보지 못하는 나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비춰주는 사람이다. 밖에서는 누구에게나 좋은 사람처럼 보일 수 있지만, 집에서는 본래의 모습이 드러난다. 아내는 내가 잘못한 일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이야기해 준다. 때로는 듣기 싫은 말도 한다. 그 순간에는 ‘왜 또 잔소리를 하나’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생각해 보면 그 말속에는 나를 걱정하는 마음이 담겨 있었다.
아내라는 거울은 일반적인 거울과 다르다. 일반적인 거울은 겉모습만 보여주지만, 아내는 나의 성격과 습관, 말투와 행동까지 비춰준다. 내가 고집을 부릴 때도, 남의 말을 듣지 않을 때도, 나도 모르게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때도 알려준다.
그러므로 아내의 말을 모두 잔소리라고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때로는 그 말이 나를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귀한 가르침이 된다.
세 번째 거울은 친구와 지인들이다.
친구와 지인은 내 모습을 사회라는 넓은 거울에 비춰준다. 가족에게서는 들을 수 없는 이야기를 해주기도 하고,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나의 장점과 단점을 알려주기도 한다.
“자네는 그 점이 참 좋아.”
“그런 말은 조금 조심하는 게 좋겠어.”
이런 말 한마디가 때로는 내 삶의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친구의 충고는 소중하다. 젊을 때는 무엇이든 내가 옳다고 생각하고 남의 말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세월을 살아보니 사람은 혼자서 자신의 모습을 완전히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높은 산에 올라가도 자기 얼굴은 볼 수 없다. 얼굴을 보려면 거울이 필요하듯, 자신의 삶을 제대로 돌아보려면 나를 비춰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에 세 개의 거울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나 자신을 비춰주는 거울, 둘째는 가장 가까이에서 나를 비춰주는 아내라는 거울, 셋째는 세상 속에서 나를 비춰주는 친구와 지인이라는 거울이다.
세 거울은 각각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집의 거울은 나의 겉모습을 보여주고, 아내라는 거울은 나의 생활과 성품을 보여주며, 친구와 지인이라는 거울은 내가 세상에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중요한 것은 거울을 탓하지 않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거울을 깨뜨린다면 내 모습이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나를 돌아볼 기회를 잃게 된다. 마찬가지로 나에게 충고하는 사람을 미워하거나 멀리한다고 해서 나의 부족함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좋은 충고를 들었을 때 “저 사람이 나를 흠잡으려고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보지 못한 나의 모습을 알려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인생은 훨씬 성숙해진다.
물론 모든 충고를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거울도 때로는 깨져 있거나 왜곡되어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되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지혜도 필요하다.
인생을 오래 살아보니 결국 사람은 자신을 돌아보는 만큼 성숙해지는 것 같다.
젊은 시절에는 앞으로 나아가는 것만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인생의 후반부에 들어서면 가끔은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잘못했는지, 누구에게 고마운지, 앞으로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세 개의 거울 앞에 선다.
아침에는 실제 거울 앞에서 나의 모습을 바라본다. 그리고 곁에 있는 아내의 말을 귀담아듣는다. 밖에서는 친구와 지인의 충고에도 마음을 열어놓는다.
그 세 개의 거울이 나에게 같은 말을 해주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세 거울이 비춰주는 모습을 하나씩 살펴보다 보면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알게 된다.
인생은 혼자 완성하는 작품이 아니다. 나를 비춰주는 사람들과 함께 조금씩 다듬어 가는 작품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앞으로도 배워야 할 것이 많다. 그래서 나는 내 인생의 세 거울을 소중히 여기고 싶다.
거울은 말이 없지만 나를 가르치고, 아내는 가까이에서 나를 바로잡아 주며, 친구와 지인은 세상 속에서 내가 가야 할 길을 비춰준다.
나는 오늘도 그 세 개의 거울 앞에 선다.
그리고 조용히 자신에게 묻는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조금 더 나은 사람인가?”
이 질문을 잊지 않는다면, 나이가 들어서도 인생은 계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기연 기자 jky5320@hanmail.net
2026.09.28(월) 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