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뉴스 정기연 논설위원

[광주전남뉴스] 돌고 있는 물레방아는 얼지 않으며, 변화를 멈추고 고여있는 물은 썩는다. 날만 새면 주변 환경이 바뀌는데 인간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따라가지 못하면 늙는다.
불가(佛家)에서는 시간의 흐름에 대해 과거 현재 미래에서 미래는 없고 현재인 지금(只今)의 연속과 변화(變化)의 연속에서 살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작든 크든 끊임없이 변하며 사는 것이 인생이라 한다. 이러한 인생이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늙고 병들며 죽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나이가 들어서 늙는 것이 아니다. 변화를 멈추기에 늙는다. 물리적인 나이가 들었어도 사고방식이 유연하고 주위의 변화에 적응력이 높아 부드럽게 적응하여 나가는 사람은 나이가 들었어도 오히려 젊어진다. 우리 주위에는 젊은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나이 든 청년들이 있다. 나이가 20대, 30대여도 생각이 늙어 있으면 그는 젊은 노인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었어도 생각이 젊어 있으면 늙은 청년이다.

늙은이의 특성은 굳어지는 것이다. 굳어져 있기에 변화하지 못하고 적응하지 못하여 꺾이게 된다. 나이가 들면서 변화에 부정적이고 변화 자체를 거부한다. 산과 들에 눈이 쌓일 때에 큰 나뭇가지는 가지에 쌓인 눈 때문에 부러진다. 그러나 작은 나뭇가지는 자연스레 휘어져 눈이 쌓일 때마다 자신을 유연하게 휘어지게 하여 눈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자기 모습을 끝까지 유지하게 된다.

2천 년 전 노자가 눈길을 걷다가 눈 덮인 나뭇가지를 보고 유연함으로 살아남는 삶의 이치를 체득(體得)하게 되었다. 눈이 쌓일 때 자신의 모습을 구부러뜨려 변화하는 것이 버티고 저항하는 것보다 낫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그래서 부드럽고 유연함이 힘이라 하였다.

우리 사회의 걱정거리 중의 하나가 어른들의 생각이 굳어져 있고 지도자들의 사고가 굳어져 있는 점이다. 그래서 시대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대의 변화에 앞질러 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점이다. 그런 사회, 그런 나라, 그런 기업이 장래가 있을 턱이 없다.

변화의 시대에 우리들이 가장 먼저 하여야 할 일이 무엇부터 변화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일이다. 그래서 필자는 80이 넘은 망구(望九)의 나이이지만 끊임없는 자기 변화를 이루어 나감으로 늙는 것을 거부한다. 나이 든 청년으로 살아가기를 선택한다.

하루의 생활에도 한곳에 오래 머물러 있는 것보다 변화를 주는 방향으로 자리를 바꾸고 만나는 사람을 바꾸며 살아가야 늙지 않는다. 따라서 하루 생활도 시간상으로 바뀌고 장소적으로 바꾸고 하는 일을 바꾸는 생활이 바람직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최선을 다해 실천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걸을 수 있을 때 많이 걸어야 하며 일을 할 수 있을 때 능률을 올리며 많은 일을 해야 한다.

물은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흐르면서 변하고 담는 용기 따라 변하고 온도에 따라 얼고(고체) 증발하여(기체) 변하며 위치에 따라 에너지를 발산한다. 물이 변하지 않는다면 생명체는 살 수 없다. 땅속에는 지하수가 흐르고 있는데 땅을 깊숙이 파고 지하수를 퍼 올린 물은 우물물이고 지하수가 노출되어 나오는 물을 샘물이라 한다. 샘물은 땅속 온도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추운 겨울에도 얼지 않으며 계속 해서 나온다.

필자는 높은 지대에 있는 샘물을 발견하고 그물을 낮은 곳으로 흐르게 하여 물레방아를 설치해 돌게 하고 있다. 물레방아는 변화를 상징하며 샘물이 마르지 않는 한 계속 변하며 돌고 있다. 우리는 멈추지 않는 물레방아처럼 꾸준히 변하고 늙음을 거부하며 건강하게 살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