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뉴스 정기연 논설위원

[광주전남뉴스] 나의 모습과 생김새를 볼 수 있는 것은 거울이다. 거울이 없다면 나의 얼굴 모습을 알 수 없을 것이다. 우리의 주변에는 수많은 거울이 있으며 거울을 보고 화장을 하고 몸단속을 한다. 거울은 말없이 나를 가르치는 스승이며 나는 거울의 가르침을 잘 따르고 있다. 거울이 없던 원시 사회에서는 자기의 모습을 볼 수 없었을 것이며 처음 거울을 접하고 놀랐을 것이다.

여기에 거울에 대해서 한국에서 전해 내려오는 민담(民譚) 하나를 소개한다. 시골에 사는 선비 하나가 한양에 과거를 보러 갔다. 과거시험을 치른 후에 한양 장터를 구경하게 되었다. 어떤 만물상에 들어가서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참 신기한 물건 하나를 발견했다. 손거울이었다. 값이 비쌌지만, 시골 촌구석에서 고생하는 아내에게는 안성맞춤 선물이 될 것 같았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아내를 찾았으나 김을 매러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내가 잘 볼 수 있는 벽에 못을 박고 거울을 걸어 놓았다. 아내가 얼른 보고 기뻐하게 하기 위함이었다. 선비가 외출한 사이에 아내가 집에 돌아와 보니, 짐 보따리는 있는데 남편은 보이지 않았다. 사방을 둘러보니 벽에 이상하게 반짝거리는 것이 걸려 있었다. 일어나서 들여다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안에 예쁜 색시 하나가 들어 있었다. 한양에 과거 보러 갔던 남편이 과거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예쁜 색시 하나를 데려온 것이 분명했다. 가슴이 떨렸다. 분하고 억울했다. 남편 뒷바라지하느라 온갖 고생 다 했는데 남편은 자기를 배신하고 다른 색시를 데려왔으니 지난 세월이 너무 억울했다. 방바닥에 주저앉아 통곡했다.

그때 시어머니가 들어와 울고 있는 며느리의 얘기를 듣고 놀랐다. 어떤 색시를 데려왔나 싶어 거울 안을 들여다보았다. 거기에는 예쁜 색시는커녕 바짝 늙은 할멈이 있었다. 아니 이 녀석이 할망구하고 바람이 났다니! 아들이 한심했다. 첩을 데려오려면 젊고 예쁜 색시를 데려와야지 다 늙은 여자를 데려다 어디에 쓰려고 하나? 한심한 아들을 둔 시어머니가 속이 상해 퍼질러 앉아 울었다.

집안에서 통곡 소리가 난다는 얘기를 듣고 들에 있던 시아버지가 헐레벌떡 들어왔다. 자초지종을 들은 시아버지가 확인도 할 겸 거울을 들여다봤다. 거울 안을 들여다본 시아버지가 갑자기 넙죽 절을 하더니 “아버님, 안녕하셨습니까?” 인사를 했다. 거울 속의 자기 모습이 돌아가신 자기 아버지와 똑 닮았던 모양이다. 거울이 없던 시대에 있었던 민담이다.
거울이란 그 원래의 용도는 ‘자신의 겉모습을 보면서 잘못된 부분을 고치기 위한’ 도구일 것이다. 그러나 거울은 겉모습만이 아니라 내면의 세계를 비추어 본다는 의미도 있다. 내가 누구인지 알아야 할 때 거울이 필요하다.

인생을 살면서 자신을 안다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 과거의 나는 누구였나? 나의 뿌리는 어디서 시작되었나? 현재의 나는 누구인가?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앞으로의 나의 모습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거울은 나를 가르치는 말 없는 스승이다. 그러므로 교육하는 가정이나 학교에는 거울을 필수적인 교육환경으로 정해 필요한 곳에 설치해 교육 자료로 활용해야 한다.

화장실에는 필수적으로 거울이 설치되어 있으며 사람들이 많이 드나든 곳이나 정거장에는 거울이 비치되어 행인들이 자기의 모습을 손쉽게 볼 수 있게 한다. 여자들은 나들이할 때 손가방에 손거울을 가지고 다닌다.

최근에는 스마트 폰이 카메라 기능과 거울 기능을 하고 있어 편리하게 손거울로 이용하고 있다. 우리는 나를 알기 위해 거울을 자주 봐야 하며 거울 속의 나와 대화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한다. 설치된 거울은 항상 깨끗이 청소하여 맑고 투명한 거울로 나를 자주 볼 수 있게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