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처럼 소풍도 가고 놀고 싶어요"...코로나 장기화에 아이들도 지쳐가 마스크에 익숙해졌지만 더워지는 여름 다시 걱정 쉬는 시간도 줄고, 급식도 혼밥...친구들과 교류 부족 안애영 기자 hhs515100@naver.com

2021년 04월 21일(수) 09:26

▲'온라인 학습터-화상 아침조회' 에 입장해 대기중인 북구의 한 초등학생(사진/안애영 기자)

[광주전남뉴스/안애영 기자] “봄 되니까 친구들과 체험학습도 가고 싶고, 가서 서로 싸 온 도시락도 나눠 먹고 싶어요. 벌써 2년째 못 가고 있거든요”

‘코로나19로 학교에서 생활하면서 가장 아쉬운 게 뭐냐’는 질문에 광주 북구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A 양에게서 돌아온 대답이다. 곧 종식되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던 모두의 바람과는 다르게, 이 코로나19라는 바이러스는 해가 바뀌어 꽃 피는 봄을 맞이한 지금까지도 일 평균 확진자 발생 400명대를 오르락내리락하며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상황이다.

코로나19 상황 2년째에 접어든 현재,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함께 시행되고 있는 방역수칙에 시민뿐 아니라 학생들의 피로감 역시 커지고 있다. 이에 단체생활이라는 특성상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한 방역 관리뿐만 아니라 또래와의 소통을 위해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작년 5월 지금의 학교로 전학을 오게 됐다는 A 양은 “코로나19로 전에 다니던 학교 친구들과 제대로 인사도 나누지 못하고 온 게 너무 속상했다”고 이야기하며 “또, 전학 오고 얼마 안 돼서 동네 근처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많이 나와서, 학교에 가는 날보다 못 가는 날이 더 많았다. 그래서 반 친구들과 친해지기 쉽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난해 초·중·고 학생들은 개학을 앞두고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여러 차례 개학이 연기되면서 5월, 6월 개학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또, 단체생활공간이라는 특성상 집단 감염의 우려 속에 온라인 학습과 등교 수업을 병행하며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응해야 했다.

하지만 어쩌다 학교에 가더라도 짝꿍 없이 1m 이상 거리를 두고 혼자 앉아 마스크를 쓴 채 수업을 받았으며, 두런두런 모여 서로의 일과를 이야기하며 먹던 점심시간의 즐거움도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급식실은 가림막에 가려져 말 그대로 혼밥(혼자 밥 먹는 것)이 당연한 학교 급식실 풍경이 되어버렸다.

이와 관련해 A 양은 “작년에 제가 전학 온 터라 학교에도 동네에도 아는 친구가 없어서 엄마가 밥 먹는 시간, 쉬는 시간 어떻게 보내는지 많이 물어보셨다. 학년이 바뀐 지금도 물어보시곤 한다”면서 “그런데 코로나19 때문에 쉬는 시간이 짧아져서 화장실 다녀오고 나면 바로 다음 수업 준비하기 바쁘다. 점심때도 친구들과 기분 좋았던 일·나빴던 일, 좋아하는 노래 등 이야기하면서 친해지는데 지금은 서로 대화하며 먹을 수 없고, 점심시간도 짧아져서 친구들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더 많이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벌써 2년째 체험학습을 가지 못하고 있다”는 A 양의 말처럼 코로나19로 학생들은 소풍, 수학여행, MT, 축제 같은 특별한 순간도 전혀 경험하지 못한 채 다시 새 학년 새 학기를 맞았다. 코로나19와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는 학교 현장에선 살갑게 얼굴을 마주하며 웃고 떠들던 풍경은 사라지고 어느새 서로 거리를 두는 게 더 익숙해진 듯하다.

더위를 많이 탄다는 A 양은 “작년엔 마스크 쓰고 계속 수업받는 게 너무 힘들었는데, 지금은 익숙해져서인지 작년만큼 힘들진 않다”며 “이젠 마스크를 안 쓰면 허전한 느낌이다”고 말하며 마스크와 관련해 이번 개학 날 있었던 이야기를 꺼내놨다.

“그날은 온라인 학습터에서 학급 조회시간에 화상으로 서로 인사를 나누고 오후에 등교해서 담임 선생님과 친구들을 실제로 만났다. 첫날이라 자기소개를 하는 시간이 있었고, 선생님께서 ‘나와서 자신을 소개하는 친구들은 잠깐만 마스크 내리고 얼굴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셨다”면서 “그런데 저도 그렇고 반 친구들 대부분이 쭈뼛쭈뼛 망설이다 얼굴을 제대로 볼 틈도 없이 내렸다가 얼른 올려버렸다. 마스크 없는 민얼굴을 보여주는 게 어색한 것 같았다”고 그날의 상황을 전했다.

지난 2일 광주지역 유치원 285개원, 초등학교 154개교 중 153개교(1개교 공사 중), 중학교 92개교, 고등학교 68개교, 특수학교 5개교 모두 정상적인 개학이 이루어진 가운데, 코로나19가 장기화로 올해도 ‘등교’와 ‘온라인 수업’이 병행

이와 관련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팀은 지난달 5~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 학교의 역할 및 온라인 수업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83%는 학교에서 지난 1년 동안 진행된 온라인 수업의 영향으로 친구와의 관계성 및 공동체성 약화가 우려된다고 답했다. 이에 온라인 수업 진행 과정에서 친구 간의 관계성·사회성을 올리는 방안과 교사의 온라인 수업 역량 강화 등이 교육계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 “일선 교사들의 쌍방향 온라인 수업 콘텐츠 제작 능력과 쌍방향 온라인 수업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겠다”며 “교육과 기술을 활용한 교사 연수도 지속해서 비대면 수업이 원활하게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마지막으로 A 양은 “작년과는 다르게 온라인 수업에서도 화상을 통해 친구들 얼굴을 볼 수 있는데, 댓글만 다는 정도라 대화가 많지 않다”면서 “온라인에서건 학교에서건 반 친구들과도 빨리 친해져서 돌아오는 생일엔 친구들 초대해서 생일 파티도 하고 싶고, 비록 봄 체험학습은 못 갔지만, 가을엔 친구들과 체험학습 가서 도시락도 함께 나눠 먹고 게임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마스크가 익숙해지긴 했지만, 여름에 또 마스크를 쓴 채로 6교시 수업을 버텨야 한다고 생각하니 여름이 오는 게 두렵다”며 “백신도 나왔으니까 코로나19가 빨리 없어져서 마스크 없이 예전처럼 친구들과 놀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