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유례없는 설 명절 풍경 "코로나19 확산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방문자제 호소 드라이브스루 인사·릴레이 성묘·시간차 방문, 갈까 말까 눈치게임도 안애영 기자 hhs515100@naver.com

2021년 02월 07일(일) 14:27

▲북구청 방문자제 현수막(사진/안애영 기자)

[광주전남뉴스/안애영 기자] 민족 최대 명절인 설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정부에서 이번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5인 이상의 사적 모임 금지를 설 연휴까지 연장하면서 유례없는 설 연휴 풍경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시민들은 아예 귀성을 포기하거나, 드라이브스루 인사 및 순번과 시간을 정해 부모님 댁을 교대 방문하는 등 방역지침을 지키면서 모일 수 있는 각종 방법들을 고심하고 있다.

광주시 역시 지난 6일 정부 방침과 맞춰 설 연휴가 끝나는 14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0 단계(수도권 2.5단계), 5인 이상의 사적 모임 금지와 여행·이동 자제 등 설 연휴에 대응한 방역대책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설 연휴 기간 직계 가족의 경우에도 거주지를 달리하는 경우 5인 이상 모임을 가질 수 없고, 방침을 어길 경우 10만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에 5인 이상 집합 금지 조치로 명절에 가족 모임이 축소되는 분위기지만, 명절에도 가족들끼리 모이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다양한 귀성 방법들도 논의되고 있다

부모님과 한 집에서 살고 있는 직장인 A 씨(광주 북구 40대)는 “원래 명절이면 결혼한 언니 부부와 동생 부부가 조카들과 함께 오는데 이번 설엔 5인 이상 모임 금지라 최대한 안 모여 보려고 한다. 하지만 새해인데 인사를 아예 건너뛰는 것도 그래서 차로 와서 차 안·밖에서 인사하고 헤어지는 드라이브스루 방식으로 결정했다”면서 “명절 음식은 트렁크에 넣어주고 각자 자기 집에서 영상통화하면서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가족끼리 모이면 5명 이상이 되는 이들은 가족끼리 시간과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성묘를 가거나 부모님 댁을 방문하는 등의 귀성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최근 어머니 생신이었지만 집합 금지로 3남매가 시간차 방문을 했다는 B 씨(광주 서구 40대)는 “우리 식구만 가도 이미 다섯이 넘어버려서, 각자 시간을 미리 정해서 설 당일과 그 다음날로 나눠서 가기로 이야기했다”면서 “아이까지 함께 가면 인원이 넘어버려서 아이들은 집에 두고 부부끼리만 다녀올까 한다”고 말했다.

광주지역의 한 맘 카페에서는 설 연휴 시댁이나 친정 방문을 앞두고 눈치게임 중이라며 여전히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는 글도 올라오고 있다.

“안 가는 게 맞는 것 같은데, 신랑은 가겠다, 나는 안 가겠다는 입장이다. 아직 결정을 못 했다. 명절 때문에 머리 아프다”,“친정도 시댁도 오라 가라 말은 없지만, 맘 편하게 그냥 간다. 등지고 살 거 아니니 다녀오려고 한다”라는 글부터, 반면 시댁도 친정도 모두 수도권이라는 광산구의 한 30대 주부는 “시댁도 위험하니 오지 말라고 하는데 정작 옆에 있는 남편이 갔다 와야 한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다”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귀성을 포기하는 직장인도 늘었다. 구인구직 매칭 플랫폼 사람인이 직장인 1434명을 대상으로 '코로나 시대의 설 연휴'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63.4%는 이번 설 연휴 고향 방문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직장에 다니는 C 씨(광주 북구 30대) 역시 “부모님은 다녀가길 바라는 눈치셨지만, 5인 이상 집합 금지도 신경 쓰이고, 가면 이런저런 잔소리를 또 듣게 될 것 같아서 이번 설 연휴는 그냥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집안 대청소를 해볼까 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귀성 자제만 당부했던 지난해 추석과 달리 이번 설 연휴에는 가족을 볼 수 없게 되자 가족모임은 허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일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28일 전국 만 18살 이상 성인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웹과 모바일을 통해 벌인 ‘사회적 거리 두기 대국민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56.1%가 사적 모임을 금지하더라도 가족 간 만남은 허용해야 한다고 답했다.

여든을 훌쩍 넘긴 어머니가 홀로 시골에 계신다는 D 씨(광주 남구 40대)는 “평소엔 바빠서 잘 찾아뵙지도 못하는데, 명절 때마저 가족끼리 모이지 못하게 하는 건 너무 과한 것 같다”며 “손주들 오기만 기다리시며 설에 보자고 하시는데 차마 못 가겠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했다"라고 난감한 심경을 전했다.

이 부분과 관련해 박향 광주시 복지건강국장은 9일 오후 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행정명령이 내려진 만큼 설 연휴 동안 가족들과의 접촉, 고향 방문, 친지들과의 모임을 가급적 자제해 달라”면서 “이번 설이 지나고 나면 2월 말부터는 예방접종을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만큼 지금 시기는 코로나19 확산을 안정시킬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호소했다.

이어 “시민들은 가족들과의 만남과 접촉을 최대한 자제해 주시고 성묘 등은 온라인을 통해서 진행해 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광주시는 매년 명절 연휴 동안 30만 명 안팎의 추모객이 방문하는 영락공원과 망월 묘지공원의 묘지·봉안시설 등을 설 연휴인 오는 11일부터 14일까지 임시 폐쇄하고, 연휴 기간 시립묘지를 찾지 못하는 성묘객들을 위해 보건복지부 'e 하늘 장사정보시스템'을 통해 비대면 온라인 성묘 서비스를 제공한다.